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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임금님의 12첩 반상에는 무엇이 올랐을까? 왕의 식탁에서 펼쳐진 궁중 음식 문화의 정수

news2753 2025. 5. 26. 10:55

조선시대 임금님의 12첩 반상에는 무엇이 올랐을까? 왕의 식탁에서 펼쳐진 궁중 음식 문화의 정수

 

 

‘12첩 반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풍성하고 정갈한 밥상, 그리고 권력과 위엄의 상징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음식 문화 중 가장 극적으로 격식이 살아 있는 궁중 상차림을 말합니다. 특히 12첩 반상은 왕이나 왕비, 혹은 고위 궁중 인사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일상식 또는 연회식이었으며, 조선의 음식 철학과 예법, 계절감, 미의식이 집약된 상차림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상’은 밥, 국, 김치, 찬류(반찬)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반찬의 수가 상차림의 격식을 결정합니다. 3첩, 5첩, 7첩, 9첩, 12첩으로 갈수록 격이 높아지며, 12첩은 그 절정입니다. 즉, 12첩 반상이란 국과 찬 외에도 다양한 탕류, 구이, 찜, 전, 나물, 무침 등 모든 종류의 반찬이 갖춰져 있는 최상의 격식이자, 왕실 식탁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형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임금님의 12첩 반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실제로 올라갔을까요? 단순히 많은 음식이 아니라, 철저한 규범과 계절, 영양학, 음양오행의 조화 속에서 결정된 12첩 반상의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2첩 반상의 정의와 의미

조선시대의 ‘첩(帖)’은 곧 반찬의 수를 의미합니다. 즉, 12첩 반상이란 국, 밥, 김치 외에 **12가지의 반찬(찬품)**이 정식으로 오르는 상차림을 말합니다. 이 반찬은 각기 다른 조리법과 재료로 만들어지며, 왕의 건강과 기호, 계절을 고려해 정교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궁중 요리의 정수이자 예법, 영양, 미학의 총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하루 세 끼를 매번 이렇게 차린 것이 아니라, 임금님의 건강과 계절, 행사 여부에 따라 12첩 혹은 그 이상으로 변동이 있었습니다.

궁중 수라상의 기본 구조

임금님의 밥상은 ‘수라상’이라고 불리며, 일반적인 상차림과는 구별되는 고유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라상은 주로 다음과 같은 구성을 갖습니다.

  • 밥(수라): 백미 혹은 잡곡
  • 국(탕): 장국, 곰국, 미역국 등
  • 찌개(전골): 간장국물, 고기전골 등
  • 12가지 찬품(첩): 고기, 생선, 나물, 전, 장, 젓갈 등 다양한 반찬
  • 김치류: 포기김치, 백김치
  • 장류: 간장, 초장, 겨자장, 식초
  • 후식: 한과, 과일, 약과, 떡 등

상은 보통 두 개 혹은 세 개로 나뉘며, 본상, 탕상, 면상 또는 후식상으로 분류되어 임금님의 기호에 따라 조율되었습니다.

밥과 국: 수라와 탕반

임금님이 드시는 밥은 ‘수라’라고 하며, 찰밥이나 백미로 지은 밥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특히 곡식의 품질이 매우 중요시되었고, 쌀의 도정 상태, 물의 온도, 솥의 재질까지도 규정이 있었습니다.

국은 보통 장국(간장국), 곰국, 어탕(생선탕), 육탕 등으로 계절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었습니다. 임금의 국물은 진하면서도 깔끔해야 했고,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12첩 반상의 구성: 전통 궁중 찬품의 종류

아래는 조선시대 12첩 반상에 실제 오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찬품들입니다. 왕실의 수라간 기록과 조선후기 문헌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찬품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분류 음식명 특징

1첩 너비아니 쇠고기 불고기류, 숯불에 구운 고기
2첩 생선전 생선살을 부쳐 만든 전, 담백하고 부드러움
3첩 녹두전 채소와 고기를 섞은 녹두 빈대떡
4첩 육전 쇠고기나 닭고기를 계란옷에 부친 전류
5첩 조기구이 염장 조기 구이, 바삭하게 구움
6첩 탕평채 묵과 야채, 고명을 섞은 시원한 채소무침
7첩 숙채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등의 나물류
8첩 장과 된장, 초장, 겨자장, 겨자채 등
9첩 어찜 생선이나 육류를 간장에 졸여 찜
10첩 어만두 고기와 채소를 넣은 만두, 전골로 사용되기도
11첩 육회 쇠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회무침
12첩 젓갈 명란젓, 창란젓 등 짠맛의 감칠맛 반찬

이 외에도 임금의 건강 상태나 계절에 따라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곰탕, 녹두죽, 전복탕이, 여름에는 냉채, 묵국, 보양식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고기의 종류: 육류의 풍성한 구성

12첩 반상에서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궁중에서는 특히 쇠고기 너비아니, 육전, 육회, 곰탕 등 쇠고기 활용이 많았고, 지방이 적은 부위가 선호되었습니다.

닭은 주로 백숙이나 닭찜, 닭죽의 형태로 오르며, 꿩고기는 중요한 행사나 특별한 제사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임금의 위장 건강을 고려해 고기의 기름기를 최대한 줄이고 담백하게 조리했습니다.

해산물과 젓갈의 풍미

조선 왕실에서는 건해삼, 전복, 조기, 도미, 민어 등 고급 생선을 사용했고, 젓갈은 명란젓, 창란젓, 황석어젓 등 짠맛과 감칠맛을 책임지는 고급 식재료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새우젓과 조개젓으로 식욕을 돋우는 효과를 노렸고, 겨울철에는 염장 생선구이로 단백질 보충을 꾀했습니다.

전과 찜: 조선 궁중 조리 기술의 집대성

12첩 반상에는 다양한 **전(煎)**과 **찜(찐 음식)**이 포함됩니다. 전은 육전, 생선전, 두부전 등으로 구성되며, 계란옷을 입혀 노릇하게 부쳐낸 정성의 상징이었습니다. 찜류는 어찜(간장 생선찜), 갈비찜, 닭찜 등이 대표적이며, 간이 세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이 강조되었습니다.

나물과 숙채: 오행과 균형을 맞춘 구성

나물류는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숙주나물, 취나물, 무생채 등이 포함되어, 다섯 가지 색(오방색)을 충족시키고, 오행적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각각의 나물은 오미(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쓴맛)도 갖추도록 조절되었습니다.

장과 소스류: 간장과 겨자의 변주

찬품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장과 소스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간장, 초장, 겨자장, 식초장, 새우젓 양념장 등이 있으며, 각 반찬의 맛을 돋우고 짠맛, 신맛, 매운맛을 조화롭게 배합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김치와 절임류: 왕의 입맛을 위한 담백한 구성

왕실의 김치는 주로 백김치동치미가 사용되었습니다. 빨간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는 자극적이라고 여겨져 피했고, 맵지 않고 정결한 맛을 선호했습니다. 절임류는 오이소박이, 무짠지, 장아찌 등 소금이나 장에 절여 만든 반찬으로 밥과 함께 먹기 좋았습니다.

후식: 과일, 약과, 떡의 궁중 디저트

12첩 반상 이후에는 별도의 후식상이 제공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 약과: 꿀과 밀가루로 만든 전통 과자
  • 다식: 콩가루나 쌀가루를 찍어낸 화과자
  • 강정: 튀긴 쌀에 꿀이나 조청을 입힌 음식
  • 과일: 배, 사과, 감, 대추 등 제철 과일
  • : 송편, 백설기, 경단, 인절미 등

궁중에서는 후식까지도 기력 보충과 미적 완성도를 고려해 섬세하게 구성했습니다.

12첩 반상의 배치 원칙과 의례적 조화

수라간에서는 음식의 배치에도 철저한 규범이 존재했습니다. 왕 앞의 상차림은:

  • 좌우 대칭과 오방색의 균형
  • 음양오행의 조화
  • 매운맛·단맛·짠맛·신맛·쓴맛의 조화
  • 고기, 생선, 채소, 곡물의 균형

을 고려하여 상차림이 이루어졌으며, 신하들이 음식을 독으로부터 미리 검사하고, 식사가 끝난 후 ‘음복’ 대신 헌상 처리를 하는 등 의례적 절차도 매우 철저했습니다.

현대에서 재현되는 12첩 반상

오늘날 일부 한정식 집이나 궁중음식 연구소에서 12첩 반상을 재현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조선시대의 원형 그대로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현재는 그 형식을 차용한 고급 한정식 메뉴로 변화해 현대인의 입맛과 감성에 맞게 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