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은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전통 발효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현대의 청국장과 조선시대 사람들이 먹었던 청국장은 조리법도, 재료도, 식문화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의 청국장은 단순히 반찬의 개념을 넘어, 약으로도 활용될 정도로 귀하고 특별한 음식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청국장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어떤 재료와 조리법을 썼는지, 또 어떤 문화적 의미가 있었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어보겠습니다.
조선시대는 음식 문화가 유교적 예법과 자연 친화적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받은 시기였습니다. 청국장은 그 속에서도 '서민의 된장'으로 불릴 정도로 빠르고 간편한 발효식품으로 인식되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계층에서 사랑받았고, 때로는 궁중에서도 활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의학적 효능이 강조되며, 감기나 소화불량 등에 좋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권장되기도 했죠. 청국장의 발효 냄새가 지금처럼 거부감 있게 여겨지기보다는, 오히려 발효의 깊은 맛으로 인식되었던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조선시대의 청국장은 오늘날처럼 고춧가루를 넣은 구수한 찌개의 형태보다, 된장처럼 사용하거나 약간의 국물 요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밥을 지을 때 곁들여 먹거나, 국으로 만들어 마시듯 섭취하기도 했습니다. 궁중음식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마다 민간에서 청국장을 활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전해졌으며, 계절에 따라 조리 방식이나 첨가되는 재료도 달라졌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조선시대 사람들은 청국장을 어떻게 만들고 먹었는지, 당시의 요리법부터 저장 방식, 발효 방법, 그리고 식문화적 의미까지, 총 20가지 항목으로 상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청국장의 기원과 명칭에 담긴 의미
조선시대의 청국장은 오늘날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속장(速醬)'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빠르게 담그는 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반된장에 비해 발효 시간이 짧고,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었기에 서민들이 애용했던 식재료 중 하나였죠. 청국장이란 명칭 자체는 '청나라에서 들여온 장'이라는 오해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전통적으로 만들어진 발효 장류입니다.
청국장은 발효의 속도가 빨라 2~3일 내에 완성되는 특성이 있었고, 그래서 전쟁 중이나 혹한기에도 빠르게 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중시되었습니다. 문헌상으로는 『증보산림경제』나 『임원경제지』 등에 청국장의 유사한 조리법이 등장합니다.
청국장 제조에 사용된 콩의 종류
조선시대 청국장 제조에 쓰인 콩은 대부분 토종 재래종 콩이었습니다. 주로 메주콩 또는 서리태와 같은 대두를 사용했으며,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은 당시에는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콩을 사용했습니다. 경상도에서는 비교적 고소한 맛의 서리태를, 전라도에서는 단맛이 강한 노란 메주콩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콩은 가을에 수확하여 겨우내 저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삶아 청국장으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당시엔 전기나 가스레인지가 없었기 때문에 아궁이의 잔불을 이용해 천천히 콩을 삶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삶은 콩의 발효 방식
청국장의 핵심은 삶은 콩을 어떻게 발효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고온에서 짧은 시간 동안 발효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가장 흔한 방식은 '짚을 활용한 자연 발효'였습니다. 볏짚 속에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 자연적으로 서식하고 있어, 삶은 콩을 볏짚에 싸서 따뜻한 아궁이 근처에 두면 자연 발효가 시작됩니다.
짚으로 콩을 감싼 뒤, 두레박이나 멍석에 싸서 방안이나 온기가 있는 찬장에 두는 방식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2~3일이 지나면 콩 사이사이에 끈적한 실이 생기면서 발효가 완료되며, 특유의 냄새와 맛이 완성됩니다.
청국장의 숙성 정도에 따른 활용법
조선시대에는 발효 기간에 따라 청국장의 쓰임새가 달랐습니다. 막 발효된 신선한 청국장은 국이나 찌개에 바로 사용되었으며, 발효가 더 오래 진행된 것은 으깨서 된장처럼 보관하거나 양념장처럼 사용했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발효되면 발효취가 강해졌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마늘, 생강, 들깨, 파 등의 강한 향신료와 함께 사용했습니다.
숙성된 청국장은 물에 풀어 끓이면 더욱 깊고 구수한 맛이 나기 때문에 겨울철 아침 국거리로 애용되었습니다.
청국장을 이용한 대표 요리
대표적인 요리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게 청국장국, 청국장찌개 형태로 활용되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귀했기 때문에 매운맛보다는 된장의 구수한 맛에 집중한 조리법이 많았습니다.
- 청국장국: 청국장을 물에 풀고, 무, 두부, 파, 마늘 등을 넣어 끓이는 방식. 겨울철 식사에 자주 등장.
- 청국장 범벅: 삶은 콩을 으깨 청국장 형태로 만든 뒤, 부추나 미나리 같은 야채와 버무린 음식.
- 청국장 비빔밥: 청국장을 양념장처럼 활용하여 나물 비빔밥에 넣어 먹는 형태도 있었다.
청국장의 보관 방법
발효가 끝난 청국장은 항아리에 보관하거나, 냄비나 질그릇에 넣어 서늘한 곳에 두었습니다. 궁중이나 양반가에서는 온돌이 깔린 안방보다는 찬방이나 마루 밑, 창고 등에 두고 보관했으며, 일주일 정도까지는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관리했습니다.
청국장을 오래 두면 발효가 계속되기 때문에, 한 번 만들 때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